제가 매번 최상위권이 되기 위해서는 학부모님들이 신경 써주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공부에 대한 태도, 습관은 대부분 어릴 때 만들어지고, 이 때는 부모님이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시기거든요.
이번 글은 저희 수강생 학부모님이 직접 써주신 글입니다. 프라이빗노트에 굉장히 공부를 열정적이고 즐겁게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초등 경시도 나갈 때마다 굉장히 높은 상을 받는 친구입니다. 어느 날 경시대회는 처음부터 잘 봤어?라고 물어보니, 처음엔 잘 못 봤는데, 계속 치르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고 하더라구요.
그 얘기를 듣고 바로 어머님이 옆에서 잘 도와주셨구나 싶어 인터뷰를 요청했었습니다. 인터뷰 내용이 너무 좋아, 이런 내용들은 다른 학부모님들도 꼭 보셨으면 좋겠다 싶어, 원고를 부탁드렸습니다. 아래 글은 어머님께서 직접 작성해주신 글입니다. 저도 세 번 정도 정독했고,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만 봐도 아이가 공부를 좋아하고 잘할 수밖에 없겠더라구요.
(제 설명회 들어보신 분들은, 제가 설명회에서 매번 강조하는 내용과도 대부분 비슷하다고 느끼실 거예요.)
글의 내용을 모두 따라 하실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일부는 충분히 참고하실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들 좋은 자극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추후에는 어떤 초등 경시들이 있는지 비교 분석도 해보겠습니다.
<경시를 시작하게 된 일련의 과정들>
아이가 스스로 '경시의 길’(?)로 자연스럽게 발을 내딛고, 지금까지 즐기며 걸어가고 있는 계기 내지는 원동력이 된 노하우
1. ‘몰입의 경험’을 ‘충분히’ 하도록 아이를 존중했습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아이의 ‘몰입’을 방해할 때가 많아요. 아이가 무언가에 집중하기를 바라면서도 말이죠. 어떤 틀에서 벗어나면 그것을 자꾸 틀 안으로 욱여넣으려 고 하고, 또 그 몰입하는 대상의 가치를 마음대로 판단해버리기도 하고요. 저는 아이가 집중하는 것은 그대상이 비록 사람들 기준에 하찮아 보이더라도, 그 과정이 어떤 틀에, 서 벗어나 보여도, 온전히 몰입하도록 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방해하지 않았어요. 더 깊이 몰입하도록 환경 조성은 적극 도왔고요. 저희 집에서는 거실 테이블에서, 바닥에서, 때론 소파나 식탁에서 수학 문제 푸는 것이 자연스러운 광경이고, 때론 음악도 들으며 심지어 춤도 추고, 칠판에 선생님처럼 설명도 하고, 미술 책상에서 수학 문제집도 만들면서 장르를 넘나드는 수학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에 대해 한 번도 잔소리한 적이 없습니다.
2. ‘즐거움’을 느낄 줄 알고 ‘제대로’ 즐기도록 늘 함께 해줬습니다.
아이의 성장과정은 끊임없는 호기심과 탐색의 반복입니다. 주위를 탐색하고,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고, 경험해보고, 좋으면 즐깁니다. 내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다 보면 아이가 무엇을 즐거워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것이 우리 삶을 얼마나 더 재미있게 해 주는지를 알려주고 제대로 즐기도록 ‘허용’해주고 도우면 됩니다.
아이가 한창 미술에 빠져빠져있을 때는 미술이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 네가 마음껏 해 보고 즐겨도 된다고 아예 빈방을 하나 줬어요. 콘셉트를 정해서 스스로 설계하고 디자인해서 페인트칠도 직접직접 하고커튼, 액자, 가구, 소품 하나하나 고르고 때론 직접 만들기도 해서 여러 시행착오 끝에‘친구들과 마음껏 먹고 놀 수 있는 카페’를완성했어요. 메뉴 판도 있고, 물론 간판도 달았고요:). 어떤 분야가 됐든 즐겁게 하는 사람, 아무도 못 따라갑니다:)
3. ‘내 삶의 주체는 나'라는 지극히 단순한 삶의 원리를 ‘실현’ 하도록 도왔습니다.
한 번도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았어요. 무언가를 잘하고 싶은 ‘마음’도, 그 ‘과정’도, 결과로 인해 느끼는 ‘감정’도 오롯이 아이의 몫이잖아요. 거기에 부모의 욕구나 기대를 얹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고 또 말해줬어요. 아이가 비교적 계획적이고 성실한 편이라 무엇을 할 때는 항상 먼저 계획하고 성실히 수행하는데, 그게 잘 지켜지지 않을 때도 한 번도 혼내거나 무안을 주지 않았습니다. 다 괜찮다고 하지도 않았고요. 아이는 괜찮지 않은 감정일 수 도 있으니까요.
저도 처음 ‘엄마’의 역할을 하느라 매일이 실수 투성이고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은데 아이에게는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과정 이잖아요. 때론 직접 요리한 8첩 반상을차반상을 차려주고 때론 배달음식을 먹여도 제가 아이를 굶기지는 않는 것처럼, 아이에게도 “네가 계획한 하루 하루도 ‘굶지만 말라’”고했습니다. 덕분에 스스로 하루를 계획하고(공부 계획 뿐만 아니라 신나게 놀 궁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일매일 작은 성 공의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아서 아쉬운 날도 있고 기대치보다 잘 된 날도 있기 마련인데, 아이는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극강의 긴장 상황에서도 주변 환경이나 자신의 처지에 아랑곳하지 않고 저희 아이는 늘 평화로워요. 스스로 계획한 그날의 어떤 것-그게 시험이 됐든, 놀이가 됐든 - 그 순간 집중하고 있는 것에만 온전히 집중할 뿐입니다.
4. ’ 공부’에 대한 ‘바른’ 태도와 마음가짐을 부모를 보고 모델링할 수 있도록 직접 보여주고 실천했습니다.
저희 아이가 매번 화려한 성적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성장하여 전국대회에서 1등도 여러 번 하고, 더 어려운 것에 도전하고 결국 해내고 있는 걸 보면 엄마인 저도 아이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아이를 보면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바로 아이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누구보다 즐겁게’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건 무엇보다 아이에게 ‘공부 정서’가 긍정적으로 잘 형성되어있기 때문인 것같습니다.
아이에게 ‘공부’에 대해서 제가 늘 말하고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적어볼게요.
“내가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과정, 살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들을 해결해 가는 과정, 이 세상 모든 것이 공부야”
“엄마는 지금도 모르는 게 많아, 아이를 키우는 일도 엄마가 몰랐던 거라 늘 공부하고 있지.”
“공부는 누구에게 뽐내려고 하는 게 아니야, 공부를 하면 즉, 내가 몰랐던 것을 알게 되면 내 삶에 좋은 변화들이 마구마구 일어난다, 그게 얼마나 신나는데! 그래서 엄마는 지금도 하는 거야.”
“어떤 공부든 ‘기본’이 제일 중요해. 사람들은 기본이 제일 쉽다고 생각하는데 기본을 제대로 아는 게엄마는 제일 어렵다고 생각해”
“공부해서 이제 ‘알았다’, ‘안다’라고 하려면 누구에게든 설명하고 그 사람을 이해시킬 수 있을 정도로 알아야 비로소 ‘안다’ 고 할 수 있어"
“공부를 제대로 해놓으니까 글쎄 엄마가 돼서 요리도 더 잘하게 되고, 집도 예쁘게 꾸밀 수 있고, 이렇게 아이도 잘 키우게 됐지 뭐야^^, 당장 쓸모 있는 게 아닌 줄 알았는데 엄마가 공부 열심히 해놓길 정말 잘했다. 인생이 더 즐거워지는 것 같아”
“오래 앉아 있는다고, 문제만 많이 푼다고 공부 잘하게 되는 게 아니야. 한 문제라도 얼마나 깊이 있게 파고들고 스스로 해결하려고 애썼느냐가 중요하지. 오래 걸리는 것 같고같고 돌아가는 것 같아도 그런 시간이 있어야 결국 빨리 제대로 갈 수 있어”
“사람들은 결과는 중요하지 않고 과정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과정이 올바른 방법으로 아름다우면 결국 아름다운 결과도 나게 있거든, 그러니까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과정을 더 아름답게 수정해서 다음에는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게진정한 공부지!”
(이렇게 나열하니 엄청 길군요^^;)
공부할 때 뿐 아니라 아이가 무언가에 몰입할 때 늘 함께 해주면서 이런 말들을 많이 해줬고, 저 역시 어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런 마음가짐으로 해결해 나갔습니다. 공부를 대하는 긍정적인 태도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이제 아이 몸에 밴 것 같아요.
<경시를 잘 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1. 우선 경시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합니다.
앞서 ‘제대로 올바르게 공부하는 것’, 또 ‘몰입의 즐거움’에 대해서 잠시 언급했는데, 이런 맥락에서, 수학을 제대로 즐기고 올바르게 공부하기 위한 도구로서 경시는 매우 유용합니다.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짜릿한 성취를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 부모는 아이에게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 즉 깊이 사고할 수 있는 양질의 문제를 적절히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교과 심화서는 아시다시피 교과 단원별로 나뉘어 있고, 문제를 풀기 위한 개념을 먼저 설명해놓고 이를 적용해서 문제를 풀어보라는 식입니다. 기본서 보다는 본 난이도를 높여놨기 때문에 좀 더 고차원적 사고의 과정을 거쳐야 풀리는 것은 맞지만, 내가 문제를 해결하는데에 어떤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지를 지나치게 친절하게 알려준 꼴이라, 더 깊은 곳으로부터 사고를 끌어 내기에는 부족합니다.
사고력 문제집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사고력의 몇 가지영역, 또는 주제별로 묶어 서 구성되어 있기때문에 풀이 도구를 눈앞에 준비해주고 문제를 풀라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문제 자체도 중등심화 선행 개념을 초등학생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은 형태라 지나치게 친절합니다.(그리고 사실 수학문제라기 보다는 국어문제에 더 가깝습니다)
경시 문제들은 주로 연도별 기출문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개념 설명이 없으며, 단원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고,문제가 친절하지 않습니다. 내가 배운 내용 중에 어떤 개념을 끌어와서 이 문제와 연결해야 하는지, 또 어떤 그림이나 표 등의 도구와 이 문제를 연결해야 하는지, 문제 안에 몇 개의 개념이 들어 있고, 이것들을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 등, 문제 해결을 위한 모든 사고의 과정이 오로지 나 자신에게서, 나로 인해, 나의 사고의 방향으로 일어납니다.
제가 이 부분을 주목하는 이유는 이것이 아이에게 수학 자체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결정적인 요소이기때문입니다. 개념이 유형화 되어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지 나치게 친절해서 내가 손만 까딱해도 실마리가 풀리는, 그런 문제들이 재미있을리 없습니다. 문제가 거칠어야 그것을 다듬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재미를 느끼기 시작해야 수학공부의 내재적 동기가 형성되기 때문에 아이는 스스로 더 어려운 것에 도전하고, 준비하고, 결국 성취하게 되고 이 모든 과정을 제대로 즐기게 됩니다. 문제를 스스로 풀어낸 것 자체가 아이에게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없는 큰 ‘보상’이 됩니다. 그러니 어떻게 하면 이걸 해결할 수 있을까에 조건 없이 몰입하고, 또 몰입하고, 더 깊은 곳까지 알고자 하고, 힘들어하지 않습니다.
2. 공부의 루틴을 만들어주세요
제가 말씀드리는 수학 공부의 습관, 루틴은 ‘하루에 몇시간, 문제집 몇 장을 성실히 수행하는 규칙’이 아닙니다. 공부 즉, 새로운 것을 배우는 아이의 태도와 마음가짐, 구체적인 행동을 루틴화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개념은 누구에게 배우는 것이 아닌 내가 스스로 읽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라고 알려주세요. 내가 이미 알고 있었던 정보와 새롭게 알게 된 것을 구분하며 읽습니다. 내가 개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문제를 풀며 확인하면 됩니다.
문제를 풀 때는, 수학적 기호가 나올 뿐 수학 역시 우리 말이고 출제자가 나의 어떤 생각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 말을 하고 있는지 출제자와 대화를 나눈다는 생각으로 문 제를 ‘잘’, ’반복해서’ 읽으라고 알려주세요. 수학 문제에는 한 글자도 허투루 쓴 단어가 없습니다. 그러니 출제자의 말을 귀담아 들으라고 해주세요.
다음 단계는 이제 이 문제를 ‘연결’ 하도록 도와주세요. ‘연결’이란, 이거 내가 어디서 풀어봤는데? 아까 본 개념에 이 예제가 있었는데? 이거랑 비슷한 그림 본 적 있는데? 문제에서 두 가지 개념이 나오네, 이걸 어떻게 연결해서 풀지? 등 ‘내가 이미 풀어봤던 문제와의 연결’ 또는‘문제를 그림이나 표로 그려서 그것과 문제를 연결하여 생각하는 것’, ‘문제에 내재 되어 있는 여러 가지 수학 적 개념들 간의 연결’등을 말합니다.
연결이 잘 이루어지면 이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문제풀이 계획이 섭니다. 대략의 굵직한 계획을 떠올립니다.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 손을 움직일 차례입니다. 연필을 움직여서 그 해결 계획을 구체적으로 펼쳐가며 풀이와 답을 씁니다. 답이 나왔다면 이제 반성, 즉 검토를 합니다.검토를 할 때는 풀이를 쓴 당사자인 나와 대화를 나누며 논리적인 반박의 여지가 없는지를 확인합니다.
이제 부모가 채점을 합니다. 저는 아이앞에서 채점을 하면 저도 모르게 감정표현 을 하게 되더라고요. 표정관리도 안되고요. 그래서 채점은 아이가 없는 공간에서 하고 채점표에 틀린 개수만 기재합니다. 틀린 문제는 바로 X 표시하지 않고 맞은 것만 동그라미 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문제를 풀고 채점하는 행위가 ‘네가 몇 점을 받은 것이 의미 있는 게 아니라, 우리의 공부 과정에서 이해가 부족했던 부분이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어서 공부를 통해 너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 좋아, 이 틀린 문제를 너가 결국 스스로 풀어낼 수 있느냐가 궁금하고 또 의미 있으니, 아까와는 다른 방법으로 다른 생각 으로 다양한 시도로 문제에 접근해보면 결국엔 풀릴거야’ 라는 일종의 기회부여 내지 는 믿음의 표현이 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감시당하고 평가받는 느낌이 아닌 엄마가 이문제를 바른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나에게 기회를 주고 도와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결국 풀어내고 그 성취감은 엄청납니다. 부모는 일종의 ‘역동적 평가’를 하는 거죠. 심지어 저는 초반에는 채점을 안 한 경우도 많아요. 채점 대신에 이 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를 베껴 적어 집안 곳곳에 붙여놓고 며칠을 끙끙대고 고민한 아이의 태도를 많이 칭찬해줬습니 다.
그래도 해결 안 되는 것은 제가 도와줍니다. 아이에게 어떻게 풀었는지 설명 해달라고 합니다. ‘엄마는 너의 풀이가 맞는 것 같은데 왜 오답이지? 해설지가 잘못된 거 아냐?’ 이런 어설픈 연기도 좀 하고요. 그럼 신나서 설명합니다. 이때 엄마는 해설지를 참고하되 단서가 될 만한 말만 가볍게 거들어주며 코칭해줍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아이와 대화도 많이 나누게 되고, 아이가 자꾸 실수하는 부분도 알게 되고, 오개념은 없는지도 확인 되고, 저에게 자기는 왜 답이 틀렸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풀이 방법을 설명하다가 풀이의 오류, 접근방식의 오류를 스스로 발견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저는 힌트도 주지 않았는데 저에게 문제를 몇 마디 읽어주다가 갑자기 ‘아! 맞다!!!’ 외치며 머리를 쥐어뜯는 기이한 광경도 종종 보게 됩니다 : )
다음으로, 틀린 문제뿐만 아니라, 맞은 문제 중에서도 풀이 과정에서 뭔가 석연치 않았던 문제를 아이가 스스로 고르고 오답노트를 작성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오답 노트’라고 쓴 것이지 실제 아이 노트의 이름은 ‘실력업, 잔소리 다운- 실업 잔다 노트’입니다 :) 오답노트는 아이가 시골 할머니께 쓰는 편지와도 같습니다. 할머니께서 이해하실 수 있게 최대한 말하듯이 논리적이면서도 쉽게 쓰라고 했습니다. 오답노트는 일주일에 한 번 제가 다시 한번 읽어보고 논리적인 비약이 있거나, 다른풀이를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문제는 편지 형식으로 코멘트를 달아주거나 때로는 해설지를 오려서 옆에 붙여줍니다. 경시대회 때나 학원 단원평가가 있을 때 이 노트를 반복해서 봅니다. 아이는 자신이 작성한오답노트를 꽤나 멋있다고 생각해서(제가 초등학생용 오답 노트 대신에 우리 아들에게 걸맞게 서울대 형아들이 쓰는 대학생 오답노트를 샀다고 얘기했거든요^^)
문제를 풀고 채점 받고 틀린 문제가 나오면 “오예!”를 외칩니다. 원래 문제집은 틀리려고 푸는 거라고 하는군요^^. 틀리면 엄마에게 혼나는 게 아니라 엄마랑 ‘스터디타임’(저‘스터디 타임’(저랑 오답 풀이하는 시간을 아이가 이름을 붙였어요)을 하면서 대학생 형아들 노트 ‘실업잔다’에 멋지게 오답풀이를 할 수 있으니 신날수밖에요!
또 자기가 틀린 문제를 마치 보물 다루듯 하며 급기야 틀린문제를 변형해서 자기가 문제를 직접 만들기까지 합니다.
개념을 스스로 읽은 후, 문제를 잘 읽고, 풀고, 반성하고, 채점받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서 다시 풀어보고, 엄마랑 신나는 ‘스터디타임’(오답풀이‘스터디 타임’(오답풀이), 틀린 문제로 문제집 만들기까지! 이런이런 과정들이 무슨 공부를 하든 저희 아이는 완전히 루틴화 되어 있어요.
3. 부모도 공부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다양한 교육 정보를 차고 넘치게 가지고 있고, 제대로 된 공부방법도 알고 있으며, 아이를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단지 이것을 다른 집과 비교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맡기려고 하거나, 부모 자신의 욕구를 투영하기 때문에 실효는 없고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영어공부를 하면 엄마도 영어공부를 하면 됩니다. 아이가 수학 공부를 하면 엄마는 수학 공부를 하면 되고요. 예를 들어 아이가 수학 3학년 1학기 ‘분수’ 단원을 공부하고 있으면 엄마도 ‘분수’ 단원을 공부하고, ‘분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활동이나 도서, 영상자료 등을 찾아서 공부도 해두면 됩니다. 그래야 아이가 도움을 요청할 때 ‘잘’ 도와줄 수가 있고, 아이가 ‘분수’를 깊이 (중등, 고등 과정까지 이어지는 내용까지) 이해하려고 할 때 제대로 된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습니다.
저는 교대나 사범대를 졸업하거나 관련 교직을 이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의 수학 공부를 도울 수 있는 초등교사의 수학 지도서나, 전공서적을 구해서 학년별 단원별 지도 교안들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또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학습서 중에 학년별 지도 교안들을 놓은 것들도 있으니 이런 것도 활용하고요. 또 초등, 중등, 고등 과정이 나선형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중등, 고등 수학 동영상 강의도 시청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아이가 경시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경시 전형 요강에 관한 내용만 수집한 게 아니라, 각종 초등 경시 문제집과 중고등 수학올림피아드 대비서, 올림피아드 대비서, 해외 올림피아드 문제집을 구비해 놓고 현학년에서 풀고 있는 경시 문제가 어떻게 상위 학년에 연결 되는지를 살폈습니다. 직접 풀어보기도 하고요. 물론 비전공자인 제가 풀 수 있는 문제는 거의 없지만, 수학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고 경시대회 별로 문제의 결을 파악하는 눈도 생깁니다. 아이의 질문도 예상해 볼 수 있어서 아이를 코칭해주는 데에도 매우 유용합니다.
또 아이가 저의 이런 노력을 무척 고마워하고 있고,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엄마도 폭넓게 알고 있으니 무엇이든 엄마와 상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든든해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 역시 휴식 시간에 고등수학올림피아드 문제나 초등교사 지도 교안 등, 제가 읽고 공부하고 있는 책들을 즐겨봅니다.
4. 반드시 ‘성찰’의 시간을 갖고 다음 경시를 ‘함께’ 계획하세요
지금까지 경시의 필요성과 준비과정에서의 학습 루틴, 그리고 실질적인 코칭을 위한 방법까지 말씀드렸는데요, 특히 경시와 같은 ‘시험공부’에서 중요한 것은 그 시험이 끝난 후에 갖는 피드백 시간인 것 같습니다.
저희는 경시가 끝나면 당일에 바로 가채점을 하고,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본 후, 같은 날 경시를 치른 형아들, 즉 상위 학년의 시험지도 열어봅니다. 올해 초등 경시 출제 경향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상위 학년 문제 중에 아이는 도전하고 싶은 문제 몇 문제를 골라서 풀어보기도 하고요. 제 학년 시험과 유사한 문제도 다수 있기 때문에 그걸 찾아내며 재미있어합니다.
수상 컷도 예상해 보고 다음 경시 예상문제도 이야기 나눠 봅니다. 매년 전, 후기로,후 나눠서 치러지는 경시들은 동일한 경시가 최소 6개월 후에 다시 치러지기 때문에 ‘다음 성대경시에는 오답노트를 한 번 더 보자, 기출의 최신 회차부터 보자’ 정도의 이야기만 나누고, 시기상 바로 다음의 경시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마치 작전회의를 하듯이, 오늘 가채점의 결과를 거울삼아 매우 비장하게 다음 경시에 대해 계획을 세웁니다. 예를 들어 다음 경시가 KMC라면 “KMC는 오늘 본 성대경시랑 문제 유형이 그래도 가장 유사하지 않아? 이 시험은 예선, 본선이 있는데 예선이 성대경시랑 비슷하니까 이미 반 이상은 준비가 됐다고 볼 수 있고, 우린 서술형인 본선에 더 주력해서 공부해야겠다.”
“그런데 오늘본 성대경시 27번 문제가 KMC본선에서 서술형으로 나올법하지 않아?? 그 문제는 맞았지만 다른 풀이가 있는지 찾아보고 노트에 써놓자.”
“KMC예선 전기 때는 정답률 가장 낮았던 문제가 몇 번이었지? 그것도 이번 후기 예상문제에 써놓자.”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 외에 스킬에 해당하는 부분들 즉, OMR 작성 요령이라던지, 시험지 공간을 어떻게 할애해서 풀이를 쓸 것 인지, 배점이 다른 문제별로 시간은 몇 분을 배당해서 푸는게 결과가 좋은지, 검토할 때 요령이라든지 등등의 세세한 부분들도 이야기 나누면서 아이가 편안한 방법으로 계속 수정,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경시에 대한 글을 마치며>
간단한 노하우를 전하려고 시작한 글이 쓰다 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저희 집만의 ‘보상 체계’라든지, 지속하고 있는 가족문화, 집의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노하우등, 사실 더 구체적인 팁들이 있는데 글이 너무 장황해질 것 같아 이만 줄입니다. 다 말씀드리려면 며칠 밤 새야 할 것 같아요^^
일전에 대표님께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공부하는 것보다 노는 것을 좋아하는데 00 이도 그럴 텐데 어떻게 매일 몇 시간씩 앉아서 수학에 몰입할 수 있냐, 노는 것과 해야 할 일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질문하신 적이 있는데, 그 답은 “수학 그 자체의 즐거움”이 놀이의 즐거움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맞아요, 아이들은 엄마가 뭐라 하든 자기가 더 재미있는 걸 해요.
축구도 태권도도 정말 끝장나게 좋아하고 잘하고, 친구들하고 놀 때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신나게 놀고요 (별명이 개그맨이에요), 음주만 안 했지 가무는 또 어떻게요! 아이돌 하자고 제가 엄청 꼬셨을 정도예요! 피아노도 독학해서 음악 천재인 줄 알았다니까요! 종이접기,레고,종이접기, 레고, 미술 다 기절할 정도로 좋아해요. 보드게임은 뭐 말할 것도 없고요, 또 닌텐도 천재예요 ᄒᄒ
그런데 그 어떤 놀이보다 수학이 재밌대요. 그러니 놀이와 수학 중에 항상 수학을 먼저 선택하고 스트레스 없이 지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간단히 생각하면 부모는 아이 가수 학자체의 즐거움을 알 수 있게만 도와주면 됩니다. 부모도 반짝이는 호기심을 잃지 말고, 끊임없이 탐구하고 공부하면, 아이도 그대로 큽니다. 아이의 현재 수준보다 조금 높은, 도전의식을 발동시키는 문제들을 적 절한 타이밍에 던져주면 아이 역시 반짝이는 호기심으로 탐구하고 공부합니다. 새로 운 것을 알아가는 것이 신나고 즐겁다는 걸 부모가 보여주면 아이도 그‘공부’의 과정을 신나게 즐기게 되겠죠?
00 영재고 합격이라던가, 00 대학 합격과 같은 어떤 결과를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자기 주도적인 공부 루틴으로 이루는 매일매일의 성취와, 가족과 함께 세운 전략으로 일 정기 간 몰입한 공부의 결과를 경시를 통해 성취하는 이런 성공의 경험들이 인생을 행복하게 살살아가는 데에 가장 큰 원동력이 될 거라고믿어요.
대표님의 부모님께서 하신 노력이 고스란히 대표님을 통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것처럼 저도 ‘부모’라는 소명의식을 갖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고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길들을 기쁘게 따라가려고 오늘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온전히 내 아이에게만 집중하는 것, 아이에게 노력을 강요하 기전에 내가 아이를 위해 진심으로 노력해주는 것, 아이의 삶은 아이의 것임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것, 조건 없이 늘 함께 걸어가 주는 것, 부모인 내가 먼저 내 삶을 잘 사는 것, 참 쉽고 당연해 보이면서도 정말 어려운 것들을 오늘도 잘 지키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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